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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5.08.19 10:22

1.
가장 좋아하는 계절, 봄이 끝나간다.
이유는 없지만 항상 봄이 오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. 봄이 주는 '시작'이라는 느낌 때문일까, 아니면 그저 내가 봄을 좋아하기 때문일까. 하지만, 2015년의 봄은 씁쓸하고 외로웠다. 단지 서른해 넘는 시간 동안 혼자 살아본 것이 처음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. 나는 꽤 많은 방황을 했고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기분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.

2.
주말부부 생활은 100일을 넘겼다.
혼자 지내는 생활이 꽤 익숙해졌고 어떤 의미로는 오히려 더 편하기도 하다. 결혼과 동시에 제주로 내려오면서, 가뜩 사내부부이던 우리는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느낌이었다. 그래서인지 짧은 결혼생활이 가끔 의아할 정도였다. 가끔 남편은 그런 생활이 별로라고 했는데, 그 속상했던 말이 이제는 십분 이해된다. 부부 사이에 적당한 거리감은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 주더라.
하지만, 주변에서 서울 언제 올라오냐, 그렇게 떨어져 지내서 어떡하냐는 소리를 자꾸만 듣다 보니 허허 너털웃음과 함께 곧 가야지요- 라고 대답하고 넘기는 것이 점점 불편해 진다. 둘다 참 장단이 있어서 섣불리 결정내리기 힘든 일이다.
 

3.
회사생활을 한지 어느새 만 7년이 지났다.
일 년에 한 번씩은 정신없이 프로젝트도 오픈했고 신규서비스도 런칭해봤고 서비스 종료도 해보고 내 손을 거쳐간 서비스도 여럿이다.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한 일도 없이 그냥 이렇게 흘렀구나 싶다. 전부터도 이런 고민이 있어왔지만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고 있다. 회사가 합병하며 들고 온 새로운 평가방식 때문일지도.. 성과가 아닌 역량만으로도 평가하되 구성원끼리 치열하게 경쟁시키는(적어도 내 생각으로는) 시스템 때문에 어느때보다 냉정한 피드백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. 거기서 그치지 않고, 내가 일을 할 때마다 그 때의 피드백들이 머리속을 헤집으며 괴롭히더라. 새로운 프로젝트, 새로운 업무방식, 쉴 틈 없이 이어지던 마라톤 회의들.. 그 와중에 서로 의견이 달라 치열하게 싸우고 돌아설 때면 자책감과 여러 고민에 휩싸였다. 회의가 각을 세우며 치열해진 것은 내 역량을 잘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, 기획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못해도 되는걸까,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걸까, 저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기획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, 나는 어떤 롤을 가져야 하는가. 답은 없고 머리는 아프고 결정은 못내리겠고, 그 와중에 나만 빼고 모두 치열하게 일하는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첩첩산중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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